INTERVIEW

퍼플레이가 만난 사람들

[필름X젠더] <엄마 극혐> 이혜지 감독 인터뷰

“다름을 인정하기”

퍼플레이 / 2025-08-29


2025년 양성평등주간 온라인 상영회 [잇-다, 평등을 비추는 스크린]을 기념하여 필름X젠더 감독들의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그들이 전하는 뒷이야기를 통해 영화를 보며 궁금했던 지점들이 해소되기를 바랍니다 :) 

*해당 인터뷰는 2022년 8월 [필름X젠더] 단편영화를 활용한 성평등 교육 안내서 제작을 위해 진행되었습니다.


Q. <엄마 극혐>은 어떻게 구상하게 된 작품인가.
A. 저희 엄마가 가영의 엄마처럼 툭툭대고 쿨한 캐릭터다. 그런 성격이 굉장히 흥미롭다고 생각해서 기회가 되면 엄마에 대한 영화를 꼭 찍어보고 싶었다. 저와 엄마와의 갈등도 생겼다 풀렸다 하면서 계속되고 있는데, 그것을 극대화하여 보여줄 허구의 사건을 찾아 쓰게 됐다.

Q. 자전적 이야기가 반, 허구가 반이라고. 특히 어떤 부분이 본인의 이야기와 닮았나. 
A. 가영의 캐릭터가 저와 되게 비슷하다. 가영이 생각보다 엄마에게 착하다. 대들긴 하지만 엄마가 벌금 내라고 하면 곱게 내고 들어간다. 내일 영화 촬영 있으니 엄마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해놓고서는 오히려 자신이 헤드폰을 쓰고 있기도 하고. ‘유교걸’이라 그런지 대드는 걸 웬만하면 꺼린다. 제가 봤을 땐 착한 딸의 범주에 속한다. 내가 나를 보는 시각도 그렇다. ‘나 정도면 착한 딸 아닌가.’ (웃음) 가영에게 그런 시각이 반영된 것 같다. 
영화에서 가영의 엄마가 승합차를 운전하는 장면이 있는데 저희 어머니도 1종 면허를 갖고 계신다. 저는 엄마를 ‘옛날 사람이야’ ‘요즘 애들 이해 못해’라는 식으로 대했는데 1종 면허가 있다는 걸 알고 나니 그 시대에는 굉장히 진취적인 여성이었을 거라고 생각되더라. 

Q. ‘모녀 관계’는 할 말이 많은 소재다. 그만큼 다른 작품들에서도 숱하게 다뤄진 소재인데 이 작품에선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었나.
A. 딸이 엄마가 이해 안 되고 밉다고 생각하는 만큼 엄마도 그럴 거라는 지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엄마라고 해서 항상 딸을 이해하거나 희생하고 위해준다기보다는, 자매처럼 서로 미워하고 싫어하고 사랑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엄마는 제게 ‘어떻게 너 같은 걸 낳았는지 모르겠다. 너랑 나랑은 왜 이렇게 다르냐’고 말씀하신다. 그만큼 취향과 성향이 다르다. 엄마와의 그런 관계가 재미있다. 싫을 때도 있지만 엄마에게 화내거나 짜증을 낼 때도 덜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도 나에게 똑같이 대하니까. 그래서 한쪽이 한쪽을 품는 느낌보다는 서로 텐션을 주고받는 느낌을 가져가고 싶었다.

필름X젠더 제작지원작 <엄마 극혐> 스틸컷

Q. 엄마의 전사가 있나. 과거에 엄마는 어떤 배경을 지닌 사람이었고, 또 어떤 삶을 살아온 사람인지 궁금하다. 그것이 딸에게 하는 말이나 행동과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 
A. 엄마 친구가 집에 놀러 온 장면이 있다. 그 친구가 엄마의 직장 동료였다는 설정이라 회사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너무 길어서 편집본에서는 잘랐다. 엄마도 젊었을 땐 회사에 다녔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겠다고 외할머니에게 대들기도 했던 사람이다. 

Q.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라 가영을 그렇게 심하게 단속한 건 아닐까 생각했는데,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이었다니 더욱 이해되지 않는 듯하다. 
A. 그런 이유로 단속했다면 가영 입장에선 오히려 엄마를 더 이해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보니 시대가 바뀌어도 ‘좋은 직장’ ‘좋은 남편’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엄마도 알게 된 거다. 가영도 엄마 말이 완전히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거고. 그렇지만 그것을 깨고 다르게 살아보겠다고 주장하는 거지.

Q. 엄마는 가영이 영화 일을 하는 걸 못마땅해한다. 성별에 따라 직업을 구분 지어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러한 인식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A. 저만 해도 학교 다닐 때 남자 선배들이 훨씬 많았다. 그런데 저희 때부터 반반 비율이 됐고, 지금 후배들은 여성이 더 많다. 그렇게 생각하면 엄마가 제 나이 땐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거의 남자였을 거다. 영화 현장에선 무거운 것도 많이 들어야 하고, 남자가 더 잘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게 있다 보니 엄마 입장에선 그렇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엄마는 아직 대학 졸업도 하지 않은 가영에게 결혼 이야기를 꺼낸다. 엄마에게 있어 결혼은 어떤 의미이고, 또 성공한 삶이란 무엇인가. 
A. 엄마는 가영이 좀 더 편하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길 바라는 마음일 거다.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좋은 남편을 만나 좋은 아내가 되는 것이 엄마 세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성공 아닐까. ‘일하지 말고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해’라고 생각하는 세대는 아니지만 ‘자신의 일을 하되 남들이 봤을 때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여자’라고 생각될 수 있는 정도를 바라는 것 같다. 

Q. 그렇다면 가영이 생각하는 성공한 삶은 무엇일까. 
A. 가영이 생각하는 성공에는 좋은 남편을 만나는 건 없을 거다.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는 건 있을 수 있겠지만. 본인의 힘으로 본인이 원하는 분야에서 성공하는 게 가영 입장에선 진짜 성공이지 않을까. 영화감독으로서 성공하는 삶이 진정으로 바라는 삶이겠지. 

Q. 가영은 경제적으로도 독립하지 못했고, 방 청소도 엄마가 해준다. 이러한 관계에서 가영이 하는 말들이 엄마에게 ‘정당한 의견’으로 들릴 리 만무하다. 하지만 가영으로 대변되는 ‘요즘 세대’의 입장과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텐데, 그것이 궁금하다.
A. 제가 독립하기 전에 느꼈던 것들을 반영한 거다. 가영은 아직 대학생이니 엄마의 울타리 안에 있을 수밖에 없고, 그 상태에서 자기주장을 하다 보니 힘이 없는 거다. 하지만 사회 초년생인 가영이 돈이 없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금전적인 것과 가치관에 대한 갈등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돈이 없다고 해서 가영이 엄마의 생각대로 살아가야 한다면 그건 부모 자식 관계가 아니라 노사관계이지 않을까? 대신 가영은 ‘내 집이지 네 집이냐’라는 엄마의 말에 수긍하고, 벌금을 내라고 하면 군말 없이 내는 등 어느 정도 본인의 위치에 맞게 행동한다.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하고 있고. (웃음) 가영 또한 자아를 실현하며 경제적 자립을 쟁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니 조금은 믿고 지켜봐달라고 말하고 싶다. 

필름X젠더 제작지원작 <엄마 극혐> 스틸컷

Q. 가영을 가장 괴롭게 하는 사람은 엄마이지만,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유일하게 도움을 주는 사람도 엄마다. 그러한 관계 속에서 가영이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A. 일차적으로는 ‘그래, 이게 가족이구나’라고 느꼈을 것 같다. 아무리 욕하고 싸워도 급한 순간에 기댈 곳은 가족밖에 없다는 것. 또 의미를 부여해보자면, 윗세대 여성분들과 이런 식의 가치관 마찰이 많지 않나. 근데 좀 더 생각해보면 엄마 세대의 가치관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것 또한 그 세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길을 닦아놓은 덕분에 그 위에서 우리가 성장할 수 있었고, 그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겠다고 주장하면서 싸우게 되는 것이잖나. 그러면서 발전하는 것 아닌가 싶다. 

Q. 영화에 아버지(가부장)의 존재를 등장시키지 않은 이유가 있나.
A. 모녀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 그 둘의 관계성을 이야기하는 데 아버지는 필요 없었다. 아버지는 다른 성별이다 보니 엄마와 같은 시각으로 딸을 바라볼 수 없고, 여자의 인생을 잘 모르기 때문에 조언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Q. 엄마와 가영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에 의해 소통이 어려울 때가 많은 것 같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나 노력이 필요할까.
A.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고, 독립된 개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말은 정말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니까 문제가 되는 거지.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부모가 내 부모이기 이전에 독립된 개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실감하게 됐다. 엄마니까 당연히 자식을 응원해야 한다고 생각한 건 진심이었고 서러움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를 만들면서 그것이 어리광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당연히 그래야 하는 이유는 뭘까. 엄마도 자식의 못난 모습을 보기 싫을 수 있을 텐데. ‘우리는 각자 다른 사람이야. 하지만 가족이니까 함께 도우며 살아가자’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Q. 영화를 통해 모녀, 애증, 가족 관계, 성별 고정관념, 꿈 등 다양한 키워드를 도출해낼 수 있을 텐데, 특히 어디에 방점을 두고자 했나?
A. ‘세대 간의 이해’인 것 같다. 엄마는 영화 현장을 지휘하는 가영을 보고 자신의 딸이 잘하는 게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된다. 그 시점에서 가영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가영은 영화를 통해 엄마에게 욕하는 걸 들키고, 그걸 본 엄마가 화를 낼 거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엄마는 ‘그 배우 연기 잘하더라?’라고 말해준다. 그 장면에서 가영도 ‘나보다 어른이구나’라고 생각했을 거다. 서로를 이해하는 지점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보니 이해를 키워드로 꼽고 싶다. 

필름X젠더 제작지원작 <엄마 극혐> 스틸컷

Q.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이고, 그 장면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인가.
A. 엄마가 가영에게 “나도 너 극혐이야”라고 하는 장면이다. 두 사람이 한 단계 발전하고 관계가 더 열리게 되는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로 이해하고 나아간다 한들 또 싸울 거다. 이건 평생 가는 싸움이고, 2차전, 3차전이 일어날 게 분명하다. 그게 모녀 관계라고 생각한다. 

Q. 영화의 핵심이 제목에 다 들어있는 것 같다. 제목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준다면. 
A. ‘극혐’이 ‘혐오’보다 더 가벼운 느낌이 있어서 쓰게 됐다. ‘엄마 혐오’라고 하면 너무 진지하게 싫어하는 것 같지 않나. ‘극혐’이라는 단어가 우리 세대에서는 많이 쓰이는데 어른들은 잘 모르시더라. 뜻을 찾아보고는 ‘극도로 혐오한다고?’라며 놀라시는데 그 포인트가 재밌었다. 반면 젊은 사람들은 ‘극혐’이라는 단어를 보고 이 영화가 가벼운 코미디일 거란 걸 알아챌 수 있을 거다. ‘엄마 극혐? 농담 반 진담 반이야~’ 이런 느낌. 

Q. 이 영화를 누가 봤으면 좋겠고, 영화를 본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기를 바라나. 
A. 제 세대의 딸들과 부모님이 보셔야 명확하게 와닿을 것 같다. 엄마 입장에서는 딸이라고 편하게 한 말들이 딸 입장에선 엄마이기 때문에 더 큰 상처로 다가올 수 있다. 영화를 보고 그런 지점들을 발견하시면 좋겠다. 딸들도 엄마에게 툭툭거리긴 하지만 사실 굉장히 의지를 많이 한다. 그래서 엄마가 하는 말 한 마디의 무게가 타인의 것과는 다른 거지. 부모들도 그런 부분을 좀 더 생각하고 자식과 소통하면 좋지 않을까. 자식들은 가영을 보면서 ‘나도 우리 엄마한테 많이 받고 있는데 너무 내 주장만 하나?’라는 식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Q. 교육 안내서에서 꼭 다루길 바라는 내용이 있다면? 
A. 가영의 남자친구인 상훈에 대해서나 영화 일에 대한 엄마와 가영의 시각이 완전히 다른데, 이처럼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가치관에 대해 짚어주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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