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퍼플레이가 만난 사람들

[필름X젠더] <프론트맨> 신승은 감독 인터뷰

“성평등은 우산이다”

퍼플레이 / 2025-08-29


2025년 양성평등주간 온라인 상영회 [잇-다, 평등을 비추는 스크린]을 기념하여 필름X젠더 감독들의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그들이 전하는 뒷이야기를 통해 영화를 보며 궁금했던 지점들이 해소되기를 바랍니다 :) 

*해당 인터뷰는 2020년 6월, [필름X젠더] 단편영화를 활용한 성평등 교육 안내서 제작을 위해 진행되었습니다.


Q. 시나리오를 쓰게 된 계기는?
A. ‘필름X젠더’ 공고를 본 것이 계기였다. 처음에는 트럼펫을 연주하는 주인공을 생각하다가 국악기로 바꿨다. 채민과 선화를 가까이에서 봤을 때는 두 여자의 경쟁 이야기로 보일 수 있지만, 멀리 빠져 나와서 보면 성차별이라는 더 큰 구조가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 그걸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싶어서 나란히 앉아서 연주하는 악기(피리)는 일부러 피했고, 앞뒤로 앉는 아쟁을 택하게 됐다. 

Q. 아쟁은 실제로 배우가 연주한 건가?
A. 손수현 배우가 아쟁을 전공했다. 그래서 영화에 들어간 아쟁 소리는 모두 수현 배우가 연주한 거다.

Q.영화 제작과 촬영방식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A. 원래도 내 현장은 여자 스태프가 많긴 했는데, 기술 스태프는 항상 남자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술 스태프도 여성분으로 모시고 싶더라. 그래서 이번 현장은 촬영부 스태프 한 명 빼고 모두 여성 스태프로 꾸렸다. 

Q. 주요 자리에 여성을 앉히지 않거나 ‘여자는 시집가면 그만 둔다’는 말이 여전한 것 같다.  
A. 아직도 성차별을 사소한 얘기 또는 옛날 일들이라고 한다. 최근에 웹툰 작가님들의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 남자는 가장이라고 임금을 더 준다고 하더라. 참… 우산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전동 킥보드도 생기고, 스마트폰으로 메일도 보내고, 영상통화도 하고, 영화도 찍잖나. 그런데 우산은 아직도 이러고(손으로 들고) 써야 하는 게 너무 이상하더라. 물기도 수동으로 털어야 하고. 그래서 ‘성평등은 우산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수현 배우를 포함한 예술 전공자들에게 ‘(연주회 때) 앞자리에 누가 앉았었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모두 ‘OO(남자 동료)가 하지 않았을까?’ ‘OO(남자 동료)가 했겠지’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앞자리에 앉는 게 사소한 일이 아니라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거라고. 성차별은 경중을 나누기 어렵고, 결코 사소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필름X젠더 제작지원작 <프론트맨> 스틸컷

Q. 영균은 젠더 의식 제로인 말들(“나중에 너희 결혼할 거야?” “부들 잘 매야 자식도 예쁘다” 등)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이런 대사를 쓸 때 참고한 자료가 있다거나 주변인들로부터 건네 들은 이야기가 있나.
A. 가야금 연주자인 정민아 님과 수현 배우에게 많이 여쭤봤다. 부들을 잘 매야 한다는 말을 실제로 선생님들이 하셨다고 하더라. 그래서 수현 배우도 부들을 잘 매려고 애썼다고 하고. 그 대사를 영어로 번역할 때 번역자가 엄청 난감해했다. 영어로 하니까 너무 범죄여서. 성희롱적인 말들이지 않나. 

Q. 영균은 교사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연주회 앞자리를 시험이나 검증을 거치지 않고 임의로 선정한다는 게 불합리해 보였는데, 이게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가? 
A. 그게 너무 일부 사례일까 봐 나도 걱정했다. 근데 주변에 그런 이야기가 정말 많았다. 그리고 민아 님에게 여쭤봤는데 남자들은 다 국악을 하고 있는 반면, 여자들은 학원 수학선생님이나 전화상담원 같이 완전히 다른 일을 하고 있다더라. 민아 님도 선배의 소개로 전화상담원을 했었다고 하고.

Q. 영화 속에서 영균과 인석의 유대관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진 않는다. 오히려 선화가 영균과 관계가 더 좋아 보이는데 막상 앞자리는 인석이 앉게 된다. 일부러 영균과 인석이 함께 붙는 장면을 넣지 않은 건가? 
A. 인석이 그 전에 나오지 않았으면 했다. 그럴 때 있잖나. ‘저 남자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지?’라는 생각이 들 때. 장편 감독의 경우에도 ‘저 남자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거야’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런 것처럼 있는 줄도 몰랐던 남자한테 자리를 빼앗긴 느낌을 주고 싶었다. 

Q. 채민과 선화는 아쟁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던 거잖나.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게 강하게 드러나진 않는 것 같았다. 꿈에 대한 열망을 약하게 보여준 이유가 있나? 
A. 자칫 둘이 있을 때 너무 과열되면 여성VS여성 프레임으로 보일까 봐 일부러 피했다. 영화에서 채민의 아쟁이 선화의 아쟁에 부딪히는 장면이 있다. 거기서 뭔가 일어날 것 같은데 채민은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다. 그렇게 흘러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여자 친구끼리도 쿨한 관계가 얼마나 많은데. 

Q. 마지막 오스케스트라 장면에서 주요 자리는 남학생들이 차지하고 있고, 지휘자조차도 남자다. 그 장면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게 있다면? 
A.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심지어 그 연주회에도 여학생 수가 월등히 많은데 그들도 결국 선화의 채민의 위치에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마음이 안 좋더라. 30대가 된 선화와 채민을 찍을 때 참 슬펐고, 실제로 한 스태프 분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필름X젠더 제작지원작 <프론트맨> 스틸컷

Q. 영화에는 담지 못했지만 예체능 계열 학교에서 얘기되는 (성)차별 문제가 있다면? 
A. 자리가 났을 때 남자를 먼저 뽑는다든지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가 아직도 그 판에 있다든지 하는 것들. 학생 때 교사나 교수에게 부당한 일을 당해도 너무 좁은 판이라 쉽게 문제제기 할 수 없고, 문제제기를 하면 아웃사이더가 되지 않나. 다른 분야에 비해 인맥, 학연이 강하게 작동하고 폐쇄적이라는 점에서 비롯되는 문제 같다. 

Q. 자리가 났을 때 실력 상관없이 남자를 데려오는 게 지배적인가?
A. ‘남자 없으니까 남자 데리고 오자’는 얘기를 주변에서나 자료조사를 통해 어렵지 않게 듣거나 보게 된다.  

Q. 교내 성차별이 해결되어야 사회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다. 차별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 무슨 시도들을 할 수 있을까. 
A. 말 하나하나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교사들이 바뀌어야 한다.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들을 수 있는 젠더교육이 꼭 있었으면 좋겠고, 유치원 때부터 젠더교육을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필름X젠더 제작지원작 <프론트맨> 스틸컷

Q. 가이드북에 꼭 들어갔으면 하는 내용이 있다면?
A. 역차별은 없다는 것. 역차별이라는 말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Q. 교육 참여자들이 시나리오를 다시 써본다면, 어떤 장면이 좋을까?
A. 영균의 대사를 다시 써보면 재밌을 것 같다. 선화와 채민이 국악을 계속 하고 싶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사회·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게 됐지 않나. 선택권이 있는 삶을 살아간다면 선화와 채민의 미래가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Q. 교육자나 학생들이 <프론트맨>을 보고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나? 
A. 영화와 비슷한 사례를 우리 주변의 일상에서 찾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프론트맨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 봐도 좋고.

Q. 현장에서 교사나 학생 분들이 성평등 인식에 대한 격차로 힘들어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이들을 위해 한 말씀 해준다면.
A. 파도가 거세지만 노를 저어서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배가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절망스러운 상황에 닥쳤을 때 본인이 그간 해온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블로그 공유 URL 공유

PURZOOMER

과거와 현재, 미래의 여성 그리고 영화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냅니다.

[email protected]



INTERVIEW

퍼플레이 서비스 이용약관
read error
개인정보 수집/이용 약관
read error

Hello, Staff.

 Search

 Newsletter

광고 및 제휴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