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를 읽다

태양의 흑점 폭발 같은 기세

< It Is My Fault >

김승희|영화감독

그의 작품은 폭발 후 버섯구름 같은 느낌이라면, 이 작품은 태양 흑점 폭발 같은 기세다. 멀리 있는 지구의 전파 통신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그런 기세. 2040년쯤 되면 이 작품의 풍경은 지옥도가 아니라 일상의 풍경을 그린 민화 정도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그 파워를 능가하는 작품을 만나기에는 당분간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

순번 안에 ‘나의 차례’는 없다

<내 차례>

문아영

“바퀴가 망가지면 자전거가 제대로 못 굴러가는 거야.” “바퀴가 아니라 자전거 전체가 고장 난 거면요.” 자전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 위에 올라탄 이가 알지 못할 확률은 희박하다. 문제는 언제든 바퀴를 갈아 끼울 수 있는 권력의 태도와 그 실행에 있다. 이 같은 압력에 튕겨나지 않기 위해 임신순번은 간호사 내부에서 발화를 거듭하면서 차례이자 ‘양도될 수 있는 권리’로 간주된다.

지금처럼 영원히 행복하기를

<예스 오어 노>

장영선|영화감독

서로에게 우호적이지 않던 두 사람이 서서히 서로를 사랑하게 되고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을 함께 뛰어넘는 과정을 보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또한 서로를 향한 킴과 파이의 순정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그간 동아시아에서 제작된 수많은 퀴어 영화는 얼마나 많은 비극으로 엔딩을 맞이했는가? 그 흔한 해피엔딩이 이토록 절실한 분야가 바로 퀴어 영화였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직시할 필요가 있다.

풍경과 움직임의 SF

< SFdrome: 주세죽 >

황미요조|영화평론가

< SFdrome: 주세죽 >은 잊혀졌던, 드러나지 않았던 조선의 여성 사회주의자의 역사를 다시 아카이빙하는 작업이지만, 이 아카이빙은 기원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프랑스의 공상적 사회주의자와 유배된 소비에트의 혁명 영웅 그리고 현재의 우주 기지를 과감하게 절합함으로써 20세기 초의 세계 변혁에 대한 공상들의 시공간적 ‘월딩’(worlding)을 시도한다. 이 대범한 시도는 동시대의 공상들, 또 다른 공상적 픽션들, SF를 쏘아 올리기 위한 간절한 염원이다.

이게 다 엄마 때문인가

<어떤 둘째>

도상희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사라질 때, 모든 여성이 아이를 낳는 것도 아니며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반드시 자동으로 어머니가 되는 것도 아님을 많은 이가 알게 될 때, 전지전능해야 하는 어머니로서 부여받아버린 책임으로부터 이 땅의 어머니들이 자유로울 수 있을 때, 더 이상 모두 다 엄마 때문이라며 통곡하는 딸들이, ‘가슴 속에서 죽였으나 끝내 버리지 못한 어머니의 시체를 껴안고 사막을 헤매는’ 딸들이 사라질 것이다.

두 여자는 용기 내어 길을 걷는다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장영선|영화감독

제시카와 헬렌은 둘 다 정체성을 찾기 위해 진지한 여행을 한 사람들이다. 시작과 끝이 어찌 됐든, 이들은 최선을 다해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최종적으로는 각자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것으로 이들의 여행은 충분히 성공적이다.

사랑의 모양은 슬프지 않아

<연애편지>

윤고운

앞으로도 누군가의 사랑을 납작하고 슬프게 만들지 않는 영화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사랑의 모양은 슬프지 않다. 납작하지 않다. 사랑의 모양은, 그저 제각각의 사랑일 뿐이다.

여성의 눈으로 보는 뱀파이어의 고독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

홍재희|영화감독

기존의 뱀파이어 영화에서 여성은 언제나 뱀파이어 남성에게 물려 흡혈귀가 되거나 뱀파이어 남성을 사랑하게 돼 그의 옆에 머무르는 보조적 존재였다. 그러나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에서 뱀파이어로 등장하는 소녀는 마치 악행을 심판하듯 죄를 지은 남성들을 물어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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