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퍼플레이가 만난 사람들

말 한마디의 울림

<혼다, 비트> 양주희 감독

퍼플레이 / 2019-12-16


이렇게 다양한 여성들이 여기, 지금 우리의 곁에서 영화를 만들고 보여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여성 영화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실제 그들의 일과 삶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지 않나요? 그들의 생각과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양주희 감독 필모그래피
2016  <혼다, 비트>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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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비트> 스틸컷

 *
<혼다, 비트>의 양주희 감독과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인생을 살며 한 번쯤은 ‘난 이렇게 살아갈 것이다, 이런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데, 감독님께서는 ‘영화감독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순간이 언제인지 궁금합니다. 혹은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사실 아직도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생각이 없어 이 질문에 적절한 답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처음으로 ‘영화감독이 되어보고 싶다’고 잠시 생각했던 때를 떠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예술고등학교로 진학해 1, 2학년 때 학교 수업 차원에서 단체로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을 관람하러 갔던 적이 있는데요. 전주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비가 오던 날 밤이었던 것 같습니다. 비 오는 밤의 분위기 때문인지 전공 선생님과 진지한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그때 저는 영화감독으로 먹고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가득하던 때였습니다. 때문에 영화 학과에 대한 진학을 걱정하고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평소 장난만 치던 선생님께서 꽤 진지하게 ‘너는 영화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해주셨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분위기 탓인지 그 말 한마디에 울림이 남아있었던 것 같고 시간이 지난 지금도 영화를 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됐습니다. 

-어린 시절 감독님이 처음으로 본 영화는 어떤 것인가요? 그 영화가 감독님에게는 어떤 인상을 남겼는지도 궁금합니다.
친가 외가 모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에 저는 일요일마다 아버지 차를 타고 친할머니댁으로 향했습니다. 교회 가기 싫던 제게 유일하게 위안이 됐던 것은 매주 일요일 EBS에서 틀어주던 찰리 채플린의 영화들이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시던 아버지 옆에 앉아 본 찰리 채플린의 <시티 라이트>(1931)가 제 기억에 가장 첫 번째로 남아있는 영화였습니다. 흑백 영상에 대사도 없는 재미없는 영화 같았던 옛날 영화가 이렇게 가슴 아플 수 있는지 처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특정한 상황이나 인물이 있으신지요. 혹은 시나리오의 시작이 되는 이야기의 씨앗을 어디서 발견하곤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주로 제 이야기와 감정에서 시나리오를 시작하고는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성격 탓인 것 같습니다. 이 성격 때문에 영화를 하는 것에 있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역시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혹은 어떤 배우(주로 여성 배우들)에게 꽂힌다면 그 배우를 상상하며 시나리오를 쓰기도 합니다.


<혼다, 비트> 스틸컷

-영화를 촬영하며 겪었던 어려움이나 즐거웠던 순간, 비하인드 스토리,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즐거웠던 순간은 거의 없는 듯하고, 첫 번째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카메라를 주로 잡던 입장에서 찍히는 입장이 됐을 때였습니다. 다큐멘터리 <혼다, 비트>를 찍을 때였어요. 모든 샷을 제 눈으로 확인해야 맘이 편해지는지라 어떻게 찍히는지 제가 직접 보지 못하는 것이 가장 답답했습니다. 또 다큐멘터리는 처음이었기에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을 당장 찍어낼 수 없다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뭐든 찍고 싶던 순간에는 카메라가 없었고 촬영자가 없었습니다. 21세기에 왜 원격조종 카메라가 나오지 않는 것인지 의아했습니다.

-죽기 전에 꼭 만들어보고 싶은 영화, 구현해내고 싶은 여성 캐릭터가 있으신지요. 아울러 감독님의 인생영화, 감독님이 좋아하시는 여성 캐릭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죽기 전에 꼭 만들고 싶다기보다 현재 만들고 싶은 영화는 ‘퀴어 치정 19금 멜로’의 막장 드라마인데요. 철저히 자신의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여성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서입니다. 좋아하는 여성 캐릭터는 그때그때 달라지긴 하지만 최근까지는 <나를 찾아줘>(데이빗 핀처, 2014)의 에이미였습니다. 이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극장에서 3번을 본 듯합니다. 이성적이지 않은 사이코 캐릭터를 좋아하는 편인데,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 철두철미한 사이코패스 캐릭터(주로 남성들이 도맡아 오던)를 여성이 맡게 되니 신이 나서 봤던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를 쓰시거나 영화를 찍다 보면 유독 마음이 쓰이는 장면이 있을 것 같습니다. 감독님이 촬영하신 영화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신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없습니다.


<혼다, 비트> 스틸컷

-한국 영화계 또는 관객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으실지요. 혹은 ‘이런 방향으로 변화해가길 바란다’고 생각하시는 지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단순하게도 여성이 이끌어가는, 나아가 여성 캐릭터만 즐비한 영화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과 노동환경의 개선이 첫 번째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영화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영화를 해도 모두가 안정적으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환경이었으면 합니다.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요? 미래의 여성 영화인들을 위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끈기와 강단, 이기심

-감독님에게 영화란 어떤 의미인가요. ‘나에게 영화란?’이라는 질문에 답을 해주신다면요.
지긋지긋함.

-퍼플레이에 바라는 점,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응원의 한 마디도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중들에게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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