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를 읽다
부러져야 할 건 너의 샤프심이 아니야 -영화 ‘내게 사랑은 너무 써’에 나타난 성권력의 장소성과 애인(愛人)의 역할론에 대하여-
미디액트 ‘페미니즘 영화비평’ 수료작|<내게 사랑은 너무 써>
보란듯이 다시 샤프를 눌러 문제를 고쳐 풀고, 그어진 선을 어설프지만 동그란 것으로 되돌려 놓는 힘을 목련은 갖고 있으므로. 다만 손에 들어간 힘을 조금 빼놓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여름날의 나는 계속 달려 목련에게로 간다. 손에 너무 힘을 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 주려고.
- 2021-03-26
- #목련에게 건네고 싶은 위로
이쪽도 저쪽도 아닌 점선에서 만나자
결국 모두가 다른 상황 속에서는 선 위에 있거나 선을 넘어가는 존재임을 받아들여야, 점선은 점선대로 있을 수 있고, 틈을 벌려내는 존재로서 같이 그곳에 계속 있을 수 있다. 실선 안에서 실선 밖에 있는 존재도 받아들이자고 말하는 것보다, 같이 점선 위에, 밖에, 주변에 입체적으로 존재하는 건 어려운가.
- 2021-03-25
- #점도 선도 아닌 점선으로 존재하기
나는 그들을 말없이 응시한 적이 없었다 - 영화 <개의 역사> 리뷰
공간 같은 존재들이 있다.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변하는데도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고정된 자리에서 같은 모습만 보이는 존재. 백구가 바로 그랬다. 그런데 그런 백구가 죽자 사람들은 뒤늦게 그 역시 시간에 따라 변화했음을 상기하게 된다. 검은 화면에 ‘백구가 죽었다.’라는 문구만 떠오르는 시작 장면은 도리어 ‘백구도 살아있는 존재였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 2021-03-24
- #늙음과 소멸로 살아있음을 드러내다 #무상無常
밀려남에도 사라지지 않는 것 - 영화 <개의 역사> 리뷰
미디액트 ‘페미니즘 영화비평’ 수료작 |<개의 역사>
사람들은 도래하는 어느 현재에 기뻐한다. 그러나 감독은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멈춤 없는 시간의 사건들 앞에서 온전히 언어화되지 않거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밀려나는 존재를 계속해서 불러온다.
- 2021-03-19
- #그 무엇으로도 규정될 수 없는 존재
적대의 가능성 - 영화 <잘돼가? 무엇이든> 리뷰
미디액트 ‘페미니즘 영화비평’ 수료작|<잘돼가? 무엇이든>
<잘돼가? 무엇이든>의 두 주인공 역시 이런 양면적인 적대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의 적대는 단순하지 않다. 희진과 지영은 서로의 경계를 침범하고 안정을 파괴한다. 동시에 이러한 불화의 다이나믹 속에서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욕망은 좀 더 선명히 드러난다.
- 2021-03-17
- #희진의 ‘침범’과 지영의 ‘경계짓기’
분주하게 자리를 마련함 - 영화 < SFdrome : 주세죽 > 리뷰
미디액트 ‘페미니즘 영화비평’ 수료작 |< SFdrome : 주세죽 >
김소영 감독은 “주세죽이 남긴 글을 살려내고 싶었다. 우주로 열린 중앙 아시아 하늘로”라고 말한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영화가 무엇을 살린다’는 말을 믿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영화는 많은 것들을 살려낸다. 우리는
- 2021-03-12
- #사회주의 여성혁명가 주세죽을 호명하다
백구가 보내는 안부 - 영화 <개의 역사> 리뷰
미디액트 ‘페미니즘 영화비평’ 수료작 |<개의 역사>
백구의 역사를 물으며 자신의 역사 쓰기를 한 감독처럼 백구에게 갖은 애정어린 관심을 통해 김보람 감독, 그리고 나 자신에게 안부를 묻는다.
- 2021-03-10
- #개의 역사를 통한 나의 역사쓰기
[이미화의 영화처방] 삶의 공허함과 허기짐을 채우고 싶은 당신에게
아빠가 영영 떠난 후에도 엄마가 서울로 올라가지 않은 이유는 너를 이곳에 심고 뿌리내리게 하고 싶어서였어. 혜원이가 힘들 때마다 이곳의 흙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걸 엄마는 믿어. 지금 우리 두 사람, 잘 돌아오기 위한 긴 여행의 출발선에 서 있다고 생각하자.
- 2021-03-04
- #허기진 마음에 필요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