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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읽다

<종달새>

제20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상영작

이아림 / 2023-06-01


<종달새>  ▶제20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상영작
클레멘트 베르동(Clément VERDON)|2023|극영화|프랑스|16분 42초|월드 프리미어

<종달새> 스틸컷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종달새는 나는 동안 노래하는, 작은 새이다. 하지만 새는 땅으로 추락한다. 새는 노래하지 못한다.

음악이 금지된 사무실에서 라파엘 (드니 라방 역)은 음악을 듣는 사람이다. 그는 사무실에서 나와 음악이 흐르는 공간인 차 안에서 업무를 본다. 97번 자료에 대해 자신의 보스에게 보고를 하러 사무실로 진입해야 하는 라파엘에게 그 공간은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도피처일 뿐이다. 자료를 확인하려 하지만 자료에 함께 끼워 두었던 펜의 잉크가 모두 터져 내용을 알아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차 앞쪽으로 큰 나뭇가지가 떨어지면서 라파엘이 누리는 짧은 평화마저 방해한다. 화가 난 라파엘은 차 밖으로 나와 차를 확인하다 종달새를 발견한다. 돌을 집어 들지만 이내 손에 묻은 잉크를 셔츠로 닦아 내고 그 새를 감싸 안는다. 마치 나도 너와 같은 존재와 다름없다는 듯이.

라파엘은 종달새를 위해 음악이 없는, 적막만이 존재하는 사무실로 다시 진입하여 사무실의 화분을 모두 챙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화분들이 모여 만든 작은 세상은 그저 인간이 조성한 인위적인 자연일 뿐이며, 오래 유지되지도 못한다. 한 직원은 자신의 화분이라며 라파엘에게 화분을 빼앗고, 라파엘의 보스는 종달새가 있는 상자에 97번 자료가 있는 줄 알고 그 상자를 빼앗아 자신의 집무실로 가져간다.  그렇게 사무실에서 그의 노력은 금세 좌절된다. 보스는 요청한 자료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격분하며 상자 속에 종달새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새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하며 방생을 빙자한 폭력을 행사한다. 창문 밖으로 무참히 던져진 새는 다시 추락한다. 새는 여전히 날지 못하고, 땅으로 곤두박질쳐진다. 사무실은 종달새의 ‘불능’이 재확인되는 공간인 셈이다.

인간에 의해 종달새가 날지 못하고 추락하게 된 것을 다시금 목도한 라파엘은 직원들, 그리고 그의 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종달새를 데리고 차를 몰아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한다. 이동하는 내내 그곳이 어디인지 관객은 가늠할 수 없다. 카메라는 날갯짓하는 라파엘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오른쪽 뒤편에서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더 이상 라파엘은 무기력하게 사무실 직원들, 특히 사무실에서 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있음을 느끼면서 말이다. 

숲에 도착했지만, 결국 숨이 멎어버린 종달새를 껴안으며 라파엘은 윗옷을 벗어 새를 땅에 묻는다. 이미 두 차례 땅으로 추락한 종달새에게 이 순간 땅과의 접촉은 추락이 아니다. 드넓은 세상과 이어지기 위한 예행 의식과 다름없다. 지평선 너머 해가 지고 있고, 그 순간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라파엘의 몸짓들은 경건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때, 그는 곧 노래하는 종달새이다. 그렇게 새의 노래는 ‘차 안’을 벗어나 하늘 높이 흐르고, 오른다. 

<종달새> 스틸컷 ©서울국제환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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