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를 읽다

‘거짓말’이 깨닫게 해준 나의 성별 정체성

<톰보이>

장윤주|영화감독 / 2020-01-16


<톰보이>(Tomboy)
셀린 시아마|2011|코미디, 드라마|프랑스|84분

<톰보이> 스틸컷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셀린 시아마, 2019)이 개봉했다. 개봉 전 몇 군데서 미리 상영했지만 예매에 실패했다. 티켓팅에 실패한 마음을 달래고자 셀린 시아마의 2011년 작 <톰보이>를 봤다. <톰보이>를 보고 나니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더욱 기대됐다.

프랑스의 여름, 한 가족이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오고 10살 주인공인 로르(조에 헤란)는 이름을 묻는 동네 아이 리사(진 디슨)에게 자신을 미카엘이라는 남자아이로 소개한다.

로르는 윗옷을 벗고 남자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하고 몸싸움에서 지지 않으며 끝내 골을 넣는다. 리사는 ‘너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며 로르에게 관심을 보이고 둘은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된다. 여름이 지나간 뒤 학교생활이 시작된다. 리사는 묻는다. ‘왜 너의 이름은 학생명단에 없어?’ 

<톰보이> 스틸컷

영화는 아이들이 나누는 말과 이야기, 놀이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것들에는 아이들의 세계를 관찰한 작가이자 감독 셀린 시아마의 밀착된 시선이 담겨 있다. 동시에 감독은 신중하고 사려 깊게 아이들과 거리를 둔다. 그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보여주되 그 결을 그대로 따라간다. 로르/미카엘이 왜 거짓말을 하는지, 그것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판단하지 않은 채 그저 담담히 따라간다. 그 거리가 주는 아슬아슬함과 조마조마함은 이야기를 쫀쫀하게 끌고 가는 힘이 된다.

아이의 성장통은 감독의 시선 덕분에 고통스럽지만은 않게 다가온다. 가족은 특별하다면 특별한 이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하지만 로르/미카엘이 숨기는 것이 많고 말이 많지 않다 보니 부모는 아이가 남자아이 행세를 하는 것을 단순한 ‘거짓말’로 이해한다.

로르/미카엘이 교감을 나누는 상대는 여동생 쟌느(말론 레바나)다. 쟌느는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가 있으면 가서 한판 붙어버리는 언니이자 오빠인 로르/미카엘을 사랑한다. 가족들 나름의 사려 깊음과 자연스러움이 아이의 일상을 지킨다. 복잡한 마음으로 괴로울 법한 로르/미카엘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이유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겹(layers)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내 영화를 보고 트랜스섹슈얼도 ‘내 어린 시절 이야기’라 얘기할 수 있고 헤테로섹슈얼인 여성도 ‘이건 내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다)” “리사에 대한 미카엘의 감정은 규정하지 않았다(ambiguous). 혼란스러움(confusion)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감독의 말대로 아이의 속마음은 여러 겹으로 이뤄져 있으며 혼란스러움, 규정되지 않음을 담고 있다. 이는 사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거치는, 혹은 어른이 된 지금도 겪는 과정을 이야기인 것이다.

이 영화는 로르/미카엘이 보낸 여름 한때만을 보여준다. 그 후를 살아갈 로르/미카엘의 이야기는 관객의 몫으로 남겨진다. 상상하는 방식도 각자 살아온 삶에 따라 다를 것이다. 영화는 그만큼 로르/미카엘의 이야기를 세심하게 보여주되 열려 있다. 로르/미카엘, 여동생 쟌느 그리고 리사 모두 쉽지 않은 마음을 뭉클할 만큼 아름답게 표현했다. 

<톰보이>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퀴어영화에 주어지는 테디베어상을 받았다. 그리고 2019년, 셀린 시아마는 칸영화제에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퀴어종려상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오스카 외국어영화상 부문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셀린 시아마는 여성을 계속해서 변두리에 두고 싶어 하는 영화산업 종사자들에 대해 “영화의 세계는 대단히 여성혐오적 (Cinema is a very misogynistic world)”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자기는 자신과 동일시할 만한 인물이 나오는 영화를 보지 못하며 자랐다고 고백한다. 여성 감독으로서 그리고 소수자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창작자로서 어떤 것을 느끼고 어떤 싸움을 했으며 또 지금 어떤 지난한 전쟁을 겪고 있을지 짐작할 수 있는 일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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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크로스 유어 핑거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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